광주에서 ‘향토기업’이라고 불리는 기업이 있다. 규모 면에서 작게는 지역 빵집으로 유명한 ‘궁전제과’가 있다. 1973년에 개점을 했으며 1970~80년대 충장로에 가면 만남의 장소이자 데이트의 장소였다. 지금은 대한민국 5대 빵집으로 광주에 10여 개 지점을 두고 있다. 크게는 금호타이어가 있다. 1960년에 삼양타이어로 시작해서 1978년 금호타이어로 회사명을 바꿨으며, 한국과 해외에 8개 공장을 갖추고 한해 6,5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글로벌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해있다.아마 광주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본인이나 주변에 몇몇 친척이나 지인분들이 금호타이어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금호타이어 하면 광주를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고 3세대가 경영의 주체가 되는 시점에서 내부적인 다툼이 있었고 주식의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넘어가기도 하였다. 2018년에는 중국 더블스타에 인수되는 등 ‘향토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으로 되었지만, 여전히 금호타이어는 내 가족이 내 친척이 내 지인이 다니는 ‘향토기업’이다.
십여 년 전부터 금호타이어 이전 문제가 지역의 주요한 현안이 되었다. 60년이 넘은 노후화된 시설과 송정역세권 개발을 위해서 금호타이어가 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있었다. 금호타이어는 이전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금호타이어 부지를 광주시에서 상업용 또는 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해 매각을 해서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광주시는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공장이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특혜’라는 이유로 난감을 표했다. 노동자측에서는 이전을 하더라도 고용을 보장해달라는 입장이었다.
최근에 강기정 광주시장이 언론에 광주시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과 용도변경 절차를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가동 중인 공장이라도 용지 매입 같은 절차를 거치는 등 실제 이전 가능성이 있으면 사전 협상도 가능하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4년간 표류하던 금호타이어 이전 사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금호타이어 이전은 곧바로 송정역세권 개발의 단초를 마련할 것이며, 침체된 지역 경제권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역민들은 크다.
이번 강 시장의 전례가 없는 해법 제시를 통한 전향적인 자세가 실질적인 이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지역 여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숙원사업으로 있는 지역 현안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주장만으로는 쉽지 않다. 반대 그룹에서는 금호타이어 이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만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이슈를 통해 반대와 오해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를 통합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노사와 민관이 함께하는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지역 여론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
둘째로 금호타이어 최대 주주로 있는 중국 더블스타가 이전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밝힐 필요가 있다. 우리는 2003년 매판자본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해서 수년 뒤에 수조원의 이익을 남기고 먹튀 한 사건을 잘 기억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더블스타가 그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광주시에서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만큼, 금호타이어는 용도 변경 협상에 있어서 광주시민과 노동자가 납득할 만한 이전의지, 공공기여와 고용에 대한 분명한 이전계획을 밝혀야 한다.
셋째로 금호타이어 이전부지에 대한 설계도가 명확해야 한다. 최근에 광주에는 아파트 건설이 붐이다. 광주는 현재 주택보급율이 107%를 넘고 있다. 그런데도 도시재생이니 재건축이 하면서 수익률이 높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구축에 건설사들이 혈안이 되고 있다. 물론 건축허가를 내고 있는 관도 문제이다. 잘못하면 분양이 안되어 지역 건설업체의 줄도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통 및 공공 시설과 함께 복합문화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금호타이어 이전부지는 광주시민 및 전남도민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KTX광주송정역과 연계한 교통의 요충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꿀잼의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로서의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쇼핑몰 등이 들어서야 한다.
하나의 지역 현안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치인, 시민, 기업, 노조 등 모두 힘을 모아야만 가능하다. 과거 ‘향토기업’으로서 또 지금 ‘향토기업’으로서 인적 관계망이 형성되어있는 금호타이어는 ‘남’이 아니다. 우리의 문제이다. 궁전제과와 같은 ‘향토기업’에서 우리의 먹거리를 찾고 기억하는 것처럼 금호타이어의 이전 문제가 우리의 먹거리를 지켜나가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나가는 우리의 문제임을 서로 인식하고 힘을 모아갔으면 한다. ‘상생’(相生)은 서로 보면서 새로움을 잉태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이전 문제의 해결을 통해 침체된 지역 경제를 다시 살려내는 희망으로 만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