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람시론]한 시대에 족적을 남긴 정치인들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물론 역사의 몫이다. 국리민복을 위해 고심하고 국민의 자긍심과 국격을 높인 지도자였는지 아니면 권력욕에 사로잡혀 정적을 무자비하게 처단했거나 한쪽으로 생각이 치우쳐 안일하게 일을 벌이고 나라를 더 어렵게 했는지…….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후보의 참모습을 알고 지지하든 가려진 모습을 모르고 선택하든 유권자들이 표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포장하고 두터운 지지층을 만들려 하고 너도나도 팬덤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닌가? 자기가 선호하는 정치인을 지지한다는데 누가 말리겠냐마는 상대 경쟁자를 지나치게 비하하고 집단의 公敵으로 만든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근거 없이 도를 넘어 음해하고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극렬 지지자들과 이를 알면서도 은근히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것은 正道가 아닐 뿐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도 또한 성숙한 민주 정치를 향해 나아가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많은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하고 대통령의 한·미·일 정상 외교에 대해서도 애국이니 매국이니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공방이 치열하다. 정당의 노선과 지도자의 소신에 따라 또 국제정세의 흐름에 맞춰 국익을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에 국민들과 정치권을 충분히 이해시킬 필요가 있고 변화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전 정부의 노력이나 성과를 함부로 폄하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박근혜 정부 때 개성공단 철수 결정으로 남북관계가 어려워졌던 상황에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평화의 불씨를 살렸지만 그 나마 유지되어 오던 남북의 교류가 이번 정부 들어서는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중·러까지도 긴장 일변도로 전개되고 있다. 그것이 과연 우리의 자주적인 결정인지 외세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인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지금의 판단과 선택 또한 언제든 냉혹한 비판을 받을 수 있기에 더 신중한 행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우리가 민주적인 정당한 선거 절차에 의해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뽑았다면 국민들로서마땅한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해야 하겠다. 民意의 결과를 인정하되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또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하면 되는 것이다. 선출해 놓고 뜻이 맞지 않는다고 함부로 대한다면 국민 스스로의 얼굴을 깎아내리는 일이 되고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서도 마찬가지다. 재임 기간 많은 외국 정상들과 소통하고 협력했던 일들을 소중한 국가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자문을 구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하면 자기 정치에 걸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참으로 우리 정치인들의 모자란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야를 떠나 당내 정치도 역시 그 수준이다. 주류와 다른 의견을 냈다고 모두가 나서 공격을 하는 여당의 모습도 답답하다. 민주당 역시 원내 대표에 이낙연계로 알려진 박광온 의원이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로 당선이 되자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극렬지지자 소위 ‘개딸’들이 SNS 상에서 도를 넘는 막말을 하고 있다. 이는 지난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그랬고 이재명 후보의 대선 패배 후에도 지금까지 경쟁 후보에 대해 악마화 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어 상당히 우려되는 팬덤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당내 경선에서 아쉽게 탈락한 후보들도 결국 이 나라 민주 정치의 자산인데 그렇게 무차별 매도하는 언행은 결국 자기 진영이나 계파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뿐이다.
국가 운영에서도 모든 문제를 자기 쪽에서 찾고 국가와 정당을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할 텐데……. 실패한 모든 원인을 상대에게 덮어씌우고 경쟁 상대가 일어서지 못하도록 짓밟는 수준 낮은 정치가 계속된다면 국가와 국민의 미래는 물론 그 정당의 발전이란 기대할 수 없다.
국가의 이익을 앞세우고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정치를 펴고자 한다면 어느 누구도 거부할 어떠한 명분도 없는 것이다. 이 명료한 정치의 큰 명제 앞에 무슨 여야가 있고 왜 분열이 일어나는가? 무엇 때문에 우리 정치인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당리당략과 개인의 영달이 여기에 개입되어야 하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에 언제든 권력을 내려놓을 때를 생각하고 마음 비우고 정치하라고 선현들이 ‘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