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람시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두 달이 지났는데 국정 지지율이 30% 대로 추락하고 있다. 기대감을 가지고 윤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는 국민들도 물론 있을 것이고 처음부터 반대하던 이들 그리고 대안이 없으니 진영을 떠나 뽑아놓고 지켜보겠다던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앞서 일한 정부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키고 미진했던 정책들은 개선해 실질적인 삶이 나아지며 나라는 안정되고 위상이 더 올라가길 바란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야당 후보로서 전국 유세 현장을 누비며 많은 연설을 한 가운데 유권자에게 공감을 준 주요 메시지는 화합의 정치였다. 중도층의 표심이 움직인 것도 이 화합의 메시지에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것으로 본다.
그런데 지금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그리고 정치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국민들은 몹시 의아해 한다. 고심해 이루어 놓은 지난 정부의 성과들을 더 발전시키기보다 폄하하고 오히려 민감한 사안들을 드러내 갈등을 표출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언론이 잘 다루어주지 않아 피부로 느끼지 못했지만 어려운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우리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과의 민감한 외교 난제를 당당하게 극복함으로써 세계가 주목하고 인정했던 대한민국이었다. 그런데 이 위상이 언제부턴가 국제무대에서 빛이 바랜 듯하고 무언가 조금 패싱 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국제무대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사안마다 배경을 분석하고 대처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국가 간 외교가 물론 어렵지만 이 또한 우리 이웃 간의 일상처럼 지켜야 할 상식을 가지고 서로 신뢰하며 존중해야 하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국정 지지도가 점점 떨어지는 원인도 앞서 언급한 것들과 무관하지 않다. 굳이 꼬집어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도 윤석열 정부는 이런 부분에서 새 옷을 입으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없는지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그 원인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분석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잘못된 그대로 옷을 다 입고 나면 또다시 단추를 풀고 입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하는 말이다.
“지지율이 의미가 없다” 말할 수도 있지만 국민의 지지율이 국정운영의 추진력임은 물론 외교 무대에 나가서도 자신감의 동력이 됨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코로나 팬데믹을 견뎌낸 온 국민이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물가 상승과 고금리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일들을 새삼 들추어 이념과 진영 갈등을 부추기고 정작 대장동 사건 등 모든 국민이 밝혀 주기를 바라는 부패 의혹에 대해서는 뒷북만 치고 있다. 그래서 이쪽저쪽이 정말 한통속인가 의심하는 눈초리도 많다. 이것은 화합의 정치가 아니라 다시 분열을 조장하는 일이다. 그리고 서로의 약점을 덮으려고 손잡는 야합이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왕 이야기가 나온 차에 모두들 하기 싫어하는 쓴소리를 좀 하려고 한다. 아무리 오래 공들여 쌓은 것들도 무너지는 것은 일 순간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앞서 일한 정부의 정책을 깊이 분석한 후 계승 발전하든지 수정하든지 해야 한다. 무조건 다른 편을 깎아내려야 상대적으로 이편이 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미숙함과 스스로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임을 성숙한 국민은 알고 있다.
특히 포춘지가 선정한 위대한 지도자로 손꼽혔고 세계 지도자들도 그렇게 인정한 대통령, 당선시 득표율보다 퇴임시 지지율이 높아 50%에 육박하던 직전 대통령을 굳이 깎아내려서 국정 수행과 국익에 도움될 일이 있을까?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부분 불행한 말로를 보여주었다. 퇴임한 대통령을 어떻게 대우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중요한 국사에 자문을 받아가며 또 국가의 원로로서 존경받게 하고 평안한 일상을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상식적인 국민 모두가 바라는 일인 줄 아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벌어지는 스토킹에 가까운 목불인견의 욕설 시위는 정말 이웃 나라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외교 무대에 같이 섰던 외국의 정상들이 이 참담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를 방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새 정부를 어떤 눈으로 볼까?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대통령의 화법이다. 외교무대에서도 충분히 준비된 메시지를 던져야 함은 물론이고 일상과 만남 자체가 공적 업무의 연속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소탈한 것은 좋지만 가벼운 것은 다른 문제다. 논란 끝에 도어스테핑(사전 약속 없는 약식 인터뷰)을 재개하기로 했다는데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한두 마디 가볍게 답하는 것도 국민들은 눈여겨보고 귀에 담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기자에게 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향해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해결 받기를 바라는 문제에 답을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데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말은 그야말로 신중하고 또 답변은 진지하고 성실해야 한다. 차원이 다른 대통령의 말 한 마디 문장 한 구절은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국민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덧붙여 대통령 가족과 주변인의 행보도 더 이상 소모적인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부속실 의전 기준에 맞게 신중하게 해야 할 일로 보여진다.
백성이 역병과 기근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면 나랏님은 찬을 줄이고 몸가짐을 조심했다. 왕조시대는 아니지만 서민들이 살기 버거운 시대 국민의 삶과 마음들이 어려울 때 지도자는 밤을 밝혀가며 백성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찾아 고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줄로 안다.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얼마나 더 긴 터널을 빠져나가야 할지 모르는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또 전쟁이 가능한 헌법 개정을 예고하는 등 국제 정세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모든 국정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아니겠기에 특히 민생은 뒷전이고 꼼수와 잿밥에만 신경쓰는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정치권력에 빌붙어 아부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언론과 소신없이 오락가락하는 행정부처들까지 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제 이 위기의 시대 도약이냐 추락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모두가 언행을 절제하고 화합의 길을 찾아 방향을 제시하며 상식에 맞는 행보를 해야 할 때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