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람시론】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결과 예측이 어려웠던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온갖 마타도어가 난무하는 비호감 선거란 오명 속에 진영논리, 지역구도, 성 평등 문제를 포함해 여전히 풀어내고 개선해야 할 많은 과제를 남긴 선거였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까지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포털을 통해 유포한 후 악의적인 댓글이 조직적으로 올라왔다. 또한 단톡방 등 SNS 상에 온갖 비방글을 올리는 행위도 포착되었다. 선거가 끝나면 멈추려니 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악의적인 비방 비하 자료들이 나돌고 있다.
승패를 불문하고 대선에 뛰었던 후보들을 포함한 각 진영은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터이기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생각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그 선거 과정과 결과 그리고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보는 것도 우리 정치 발전과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측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불공정 시비가 당 게시판에도 계속 올라왔음에도 민주적인 절차로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사사오입을 통해 당의 후보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명과 납득이 부족했다는 것이 불씨가 되었다. 이로 인해 열심당원 중에도 원팀에서 이탈해 나가는 현상이 생기며 전열이 흐트러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사실 이번 선거는 여당 후보가 누구보다 유리한 선거였음을 본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170석이 넘는 현직 국회의원과 전국의 광역 및 기초 의원들을 포함한 당 조직이 움직였다. 당일 출구 조사 결과가 박빙으로 나왔을 때 승기를 잡았다고 민주당이 환호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야권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것 이상의 샤이 이재명 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집권 여당 대통령의 레임덕 없는 역대 최고의 지지율과 정책 지원 프리미엄이 있었다. 또한 그 내막은 깊이 모르겠으나 방송과 포털 그리고 유투버까지 포함한 우호적인 언론환경 등 어떤 후보보다 좋은 조건에서도 패배한 것은 이재명 후보 스스로 인정한 대로 후보 자신의 리스크가 가장 문제였다고 본다. 꼬리를 물고 문제와 의혹이 드러나도 변명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에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생각을 바꾼 것도 컸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진영논리에 빠진 주변 진보 인사들과 극렬 지지자들의 상대를 향한 도를 넘는 비방이 또 악재로 작용한 것이 크다. 국민들의 수준을 얕잡아 본 것일까? 권투와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진다고 했는데…….
상대로 나선 야권 ‘국민의 힘’과 윤석열 후보 측은 혼전 양상이었던 당내 경선을 공정하게 치르고 선출된 윤석열 후보를 중심으로 포용력을 발휘하여 내홍 끝에 원팀을 이루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서는 자신은 여의도에 빚진 게 없다 했고 여의도 정치 셈법도 모른다고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소신의 정치를 펼 수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솔직하게 모르는 것은 모른다 전문가의 의견을 묻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는 상대가 사실과 다르게 공격해 오는 사안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지만 네거티브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실질적인 공약을 내고, 지역색 짙은 곳에 가서도 동서 화합을 약속하는 일관된 행보를 유지한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산적한 과제가 우리 앞에 남았다. 이것이 당선된 20대 대통령과 새 정부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곧 7개 분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진다고 한다. 주요한 국정 전반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업무 인수가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여기서 국민들이 새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몇 가지 현안을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로 앞서 지적한 대로 여전히 드러난 지역구도와 진영논리 그리고 새로이 드러난 젠더 갈등과 같은 대립구도를 해소하려면 먼저 어떤 배경에서 생겨난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겠고 그것이 오해에서 생겨난 것인지 한쪽의 잘못으로 인한 것인지가 밝혀지면 이를 풀기 위해 해명은 물론 진정한 사과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어떤 선거 우편 홍보물에서는 특정종교 시설 폐쇄를 자신의 치적이라고 기록한 내용도 보았는데, 종교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모습은 국민통합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평화를 이루어가야 할 시대정신에도 뒤떨어져 양식 있는 종교인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 사태 대처 방안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규제 강화와 완화는 경제와 맞물려 어느 쪽이든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어 그 시행 정도와 시기에 완급 조절이 어려운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정책에 협조하며 어려움을 감수한 국민들에겐 공약한 대로 신속하고 적절한 피해 보상과 지원이 뒤따라야겠다.
셋째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대두된 안보문제다. 피해 당사국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대국들에 의해 분단이 되고 또한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도 아직 남북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에게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국제협약이나 국가 간 조약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유지가 되는 것이므로 먼저 자주국방이 이뤄져야 하고 향후 외교를 통한 전쟁 억제의 새로운 국제질서 개편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네 번째로는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펴달라는 것이다. 투기를 억제하고 실제로 집이 필요한 이들이 규모에 맞게 입주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 예산만으로 공급이 미치지 못하므로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다양한 공공 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조건에 따라 90%까지 금융지원을 늘여나가면 수요와 공급 격차가 줄어들고 부동산 거품도 가라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로 주택 정책과 함께 인구감소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인 청년 실업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실물 경제와 이론의 차이를 감안해 수치만이 아닌 지속적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말한다. 특히 지방 업체의 일자리 창출시엔 4대 보험과 취득세 등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면 수도권 인구 편중을 막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경제 활동이 가능함에도 조기 정년을 맞은 노년 일자리 창출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여섯 번째, 언론의 책임과 권한이 모호함으로 일어난 폐해가 크다, 이로인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여론조작이 일어나도 국민들은 진실을 알지 못하고 우롱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성도 없고 유명무실한 언론중재위원회보다는 그곳에 더 공정하고 비중있는 인사를 추천하고 큰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허위사실 보도나 유포 건 등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권고 수준 이상의 강력한 책임추궁을 하고 수사 의뢰나 고발 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언론사가 의뢰한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선거운동 기간 언제든 발표를 허용하되 큰 차이가 날 때는 여론조사기관과 함께 책임을 묻고 특히 표본 조작이나 편향된 문항 등에 대한 엄중한 규제 조치를 취해야 자본과 권력에 빌붙는 일부 기생충 같은 무리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선거 기간 내내 진영 간 공방을 벌였던 대장동 사태를 비롯한 여러 의혹에 연루된 부정 부패세력에 대한 예외 없는 철저한 수사와 아울러 법치 질서 회복을 주문한다. 수사를 함에 누가 무엇을 지시하거나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언급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그 책임을 맡은 이들이 기존의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게만 일을 처리하면 된다. 법을 지켜가며 열심히 일하는 소시민들이 검찰과 법원에 불려갈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정의의 여신 디케가 양손에 들고 있는 공평한 저울과 법전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다. 유전무죄로 보이는 모순된 판결이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고 뇌물 수수 의혹이 있어도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성역인가?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약자를 보호하라고, 그 울타리에서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부여한 고귀한 책무를 잊었는가? 사법부를 포함해 검찰과 고위공직자, 정치인도 비리가 드러나면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고 이들에게는 향후 더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도록 입법 추진을 해야 한다. 이를 공약에 넣는 정당과 선량들이 국민의 편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감추고 피하고 거짓말하는 자들이 늘 적폐의 몸통이었던 것이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여야가 조금 더 통 큰 정치로 뒷받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 이번 선거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야당이 무엇을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 정부는 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고, 여소 야대의 정국에서 더 인내하며 겸손하게,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거대 야당도 정말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지 이제부터 국민들은 그 진정한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지켜야 할 가치를 지켜나가는 보수와 또 개혁할 것을 찾아 노력하는 진보의 양 날개로 날 수 있는 균형잡힌 정치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당리당략에 매몰된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면 지방선거와 2년 뒤 총선에서 국민들은 또 냉혹하게 투표로 심판할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