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 양상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이다. 후보 당사자와 캠프는 물론 각 진영의 인사들까지 국민이 듣기에 거북한 표현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선거 이후는 어떻게 되든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선거법 위반으로 보이는 사례들도 드러나고 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무시하는 행위들을 저질러 놓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관행은 이제 더 두고 볼 수 없다.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어려운 시기에 미래까지 암울한 지금 더 이상 국민이 정치인들의 진영 논리에 볼모가 되지 않도록 총체적인 이 난국을 어떻게든 바로잡는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념만 옳고 대립하는 진영의 모든 것은 그르다고 몰아가는 진영논리는 맹목적으로 동조하는 이들의 눈을 가리는 위험한 생각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쟁점마다 여야 간 펼치는 공방을 보면 진영논리의 한계가 드러난다. 이 혼탁한 선거에 불을 붙이는 것이 또한 언론이다. 메이저 언론과 종편들도 얼마나 객관적 중립을 지키는지 지켜봐야 한다. 일부 방송 진행자들은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까지 펼치며 혼탁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라리 선명하게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면 깨끗할 텐데 ……. 불리하다 싶으면 압력을 넣어 기사를 내리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의혹을 부풀리는 ‘게이트 키핑’이 선거판을 더 어지럽게 한다.
대선 후보들도 각종 토론에서 과연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중심으로 국가의 비전을 보여주는 유익한 정책토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 문제를 주제로 다룬 지난 1차 TV 법정토론에서 대장동 의혹에 연루되어 구속돼 있는 김만배 대화 녹취록 중 한 부분을 가지고 여당 후보가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후 한 언론에서 앞뒤가 모두 연결된 내용을 공개한 것을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는 사례도 그러하다.
또한 그 비리의 몸통이라고들 하는 소위 ‘그분’이 서로 누구라는 공방도 문제가 됐다. 한쪽에서 먼저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해서 ‘그분’이 ○○○대법관이다 라는 게 지금 확인이 돼서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 사과할 생각 없습니까?”라면서 현직 대법관 실명을 거론하자 대법관이 해명에 나서는 기자 회견을 열고 하는 것이 지금 이 나라 선거판이다. 표를 얻기 위해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명예나 입장, 그로 인해 입게 될 피해 등은 무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사안을 대중 앞에 마구 공표하는 것은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진영 논리의 색 안경을 끼게 되면 모든 것이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이는 것이다. 야당 후보가 어느 지역 유세를 하는데 어업에 종사하는 한 젊은 지지자가 자신이 직접 잡아 손질한 마른 대구 한 마리를 후보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보도된 일이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상대 진영의 모 인사가 마른 대구를 ‘무속’이라고 폄훼해 그 청년 어부가 어민들과 지역민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진영 간 또 나타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한심한 네거티브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 만의 시각일까?
길게 말할 것이 아니라 이젠 유권자들이 분별하고 선택할 몫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후보자들의 언행과 주변을 검증해 보면서 나름의 판단들을 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자질과 능력을 가진 후보자에게 또 그와 함께하는 정치인들에게 장차 이 나라의 미래를 맡 길 수 있겠는가를 가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한 때는 상대를 누르고 이기기 위해 모의하고 흠집을 내는 투쟁의 시대였다면 지금의 세상 흐름은 어려움 가운데도 서로를 위로하고 존중하며 평화를 의논하는 상생의 시대라는 것을 서민들의 삶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에 뜻을 둔 이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또 마음 속으로 어떤 이들을 응원하는지를 말이다.
국민들이 더 잘 알겠지만 지도자를 뽑을 때 유심히 살펴야 할 기본 덕목이 몇 가지 있다.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다르지 않고 변함 없는 성실한 일꾼인지 아니면 유불리에 따라 언행이 다른 기회주의자들인지, 깨끗하고 정직한 인물인지 의혹이 많고 거짓으로 요란하게 포장된 사람인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설득해 통합의 정치를 할 재목인지 멸시하고 짓밟고 편을 가름으로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인지, 상하는 물론 주변과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지 독단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불통의 사람인지 …….
선거와 투표는 대의 민주주의의 요체다. 한번 잘못 선택하면 우리는 이 엄정한 시국에 5년이라는 세월을 질곡 속에 보내게 된다. 진영에 매몰되어 스스로 양심을 속이거나 보이고 들리는 것에만 현혹돼 실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각 분야 정책도 꼼꼼히 검증해 안보는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볼 수 있듯이 격변하는 국제정세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우리 시대에 통일에 대한 비전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한 차례 남은 토론도 지켜보고 언론이 보도하는 것도 확인 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않는 기간엔 또 다른 방법으로 판세를 읽어내는 국내외 소식통도 살펴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작은 것부터 내 삶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귀중한 한 표를 후회 없이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