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에 나오는 정치 풍자 중에 주막집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져 버린다는 말이 있다.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주막집 찾는 사람이 줄어 시어진 술을 버릴 지경이 됐으니 우리 속담으로 말 한다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우물을 흐린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동력을 얻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패한 기득권 세력 외에는 모두가 개혁에 목말라 있었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으르렁대는 사나운 투견이 물어뜯을까 다들 몸을 사리는 바람에 목이 타들어 가도 가야할 길 해야할 개혁이 더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당위성을 논하고자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붓을 들었다.
나라 안팎에서 코로나 팬데믹과 겹쳐 흘러가는 시국이 매우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오히려 위기를 통해 숨겨졌던 문제들을 극복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짧은 역사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미국도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을 통해 실망스런 모습이 드러나고 코로나 방역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감당해야 할 역할에도 많은 허점을 보였지만 미국인들이 선택한 바이든 정부가 또 원칙을 세우고 잘 수습해 나갈 것으로 본다.
국내로 눈을 돌려 볼 때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갈 문제들도 있지만 큰 틀에서 방역이든 경제지표든 또 복지, 의료보험 그리고 치안, 외교 통상 문제까지 이 어려운 시국에 대한민국처럼 잘 추스려가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감사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의 최대 화두인 검찰개혁 문제도 큰 방향이 정해 졌으니 절차대로 진행되리라 믿는다. 물론 개혁의 대상인 검찰과 언론을 비롯해 그 동안 서로 결탁해 기득권을 누리던 세력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지만 국민이 깨어 지켜보고 있어 그 과정에 원칙이 지켜지면 누구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대한민국 언론에게 있는 그대로 묻고 싶다. 지금 법무부와 검찰 간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을 추미애 - 윤석열 갈등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아니면 민심을 받들어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는데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왜곡과 저항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마땅한가?
검찰과 언론 그리고 권력욕에 묻혀 지각을 잃은 정치세력들이 공생하며 지금까지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를 양산해 왔는지 우리는 가까이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을 통해 뼈에 사무치도록 겪지 않았던가?
국민이 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도 저들 수구세력에게 그렇게 잃고 말았다. 최근 이낙연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분도 검찰 수사를 받다 잠적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검찰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 수사를 해도 인권이 우선돼야 하고 증거가 있든 없든 재판에서 최종 판결을 받기 전에는 피의자일 뿐 무죄라는 것은 일반인들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법을 집행하는 검찰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번번이 피의 사실을 언론에 넘겨주고 죄가 확정된 양 몰아가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는 없는 죄를 공모해 꾸며내는 정황까지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는 반면 이명박의 다스 건과 사자방 건, 김학의 원주 별장 건 등 덮거나 면죄부를 주었던 사건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총장은 공무원인가 정치인인가? 이것도 경계가 모호하다. 비선출직 국가공무원이 현직에 있으면서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와도 단호하게 내려달라 말도 없이 모른 척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 공약 사항인 노후 원전폐기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 정국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정치를 하려면 스스로 옷을 벗고 나가서 노선에 맞는 정당에 들어가야 당당할 것이다. 또한 가족들이 수사를 받고 있고 혐의가 있으면 공직에 있는 이가 조용히 있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상례인데 그러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러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 할 정도로 이미 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도 싶다.
추미애 장관은 물론 대통령의 지시도 귓등으로 듣고 있다. 또한 조직에만 충성하는 그의 수하들은 총장과 노선을 달리하는 상관에게 사퇴하라고 종용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으니 이건 암흑가 조폭들에게나 있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대한민국 검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변질됐는지 모르겠으나 심지어 도둑의 무리에서도 분명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하지 않는가?
아무 힘없는 글쟁이로서 요즘 글쓰기조차도 망설여지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건 박근혜 정권 때도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다. 조국 장관 일가가 터무니 없는 혐의로 수구 카르텔에게 도륙당하는 걸 떠올리면서 오죽하면 5선 의원에 여당 대표까지 지낸
추미애 법무장관마저도 살떨리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을까 싶다.
요즘 다음 포털 같은데 댓글을 쓸 때 대통령은 아무리 욕해도 괜찮고 특정 정치인을 연상케 하는 단어를 쓰면 바로 삭제 퇴출 당한다고 하던데 어쩌면 보이지 않는 그 세력들이 결탁해 언론도 권력기관도 손을 뻗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정체가 모호한 교통방송 같은 곳에서 무슨 자금이 많아 신뢰성 떨어지는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대통령 지지도를 조사하고 또 언론이 받아서 호들갑떠는 행태도 같은 이권에 매몰된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최근 주요 사건의 재판부가 사찰을 당했다는데도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 한 마디 못 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판사들을 보면서 촉있는 민주시민들은 사법부마저 그 카르텔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말 그렇다면 개혁은 지금보다 훨씬 뜨겁고 강도 높은 참여와 감시 그리고 투쟁이 요구된다. 공수처법 개정을 통한 공수처장 추천 임명 등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정국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크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자리 보전만 하고 일하지 않는 국회의장 이하 국회의원들도 이젠 지겹다. 일하라고 표를 몰아주었으면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살펴 법안을 만들고 또 고치는 일을 해야 제대로 밥값을 하는 것이다.
지금 잠시 권력의 망나니 칼춤이 두렵기도 하고 이로 인해 정국이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적폐가 어떤 것이며 그 중심에 누가 있는지 부조리한 제도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개혁도 깔끔하게 마무리 될 수 있는 것이다.
해는 짧고 갈 길은 먼데 무엇이 두려워 움직이지 않는가? 이 시대의 산 자들이여, 어두움에 묻혔던 엄혹한 시절로 돌아가지 않으려거든 가짜들이 만들어낸 왜곡된 여론에 현혹되지 말라. 타는 목마름으로 외치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깨어 일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