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회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이 시대 모두에게 던진다면 과연 얼마나 긍정적인 답변들이 나올까 의문이 생기는 시국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에 속수무책인 서구 선진국들의 모습이 그러하고 짧은 시간 모범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왔다고 평가받는 대한민국에서 2022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판이 그런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인류 역사는 발전과 퇴보의 굴곡 속에 언젠가는 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본성을 찾고 구약성경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같은 유토피아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 믿고 싶다. 그리고 그 재창조의 과정엔 새로운 미래를 위해 고통을 이겨내는 자성의 시간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당장 우리가 처한 사회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돈과 권력을 중심으로 한 각계각층의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는 결단은 물론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되었거나 교묘하게 왜곡된 것을 바로 볼 수 있는 국민의 안목도 필요하다.
이제 격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처하고 통일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심경은 참담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한국 정당 정치의 현주소는 좌우가 혼동이 되고 진보와 보수가 구별이 안 되는 어지러운 형국이다. 진영을 가르자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라 하면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를 지켜나가는 쪽이고 ‘진보’는 모두가 좋다고 찬성하는 가치로 진일보하자는 뜻을 가진 이들로 볼 수 있겠다. 옳은 방향으로 진보해 나가면 다음은 그것을 지켜나가는 보수가 돼야 하고 그 보수가 부패하고 변질되면 또 새로운 옳은 길을 찾아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진보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한국 정당에 지금 진정한 진보와 보수는 있는가?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울 때 선명 투쟁 노선을 외치던 오팔육 세대 정치인이 지금의 진보인가? 그렇다면 그들이 국리민복을 위해 시대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국가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는가? 촛불 혁명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지금의 여당은 국민의 표심을 외면하고 자만했다. 정권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데만 몰입해 안일했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민주적 정당 시스템을 휴지 조각처럼 버렸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전후 과정을 지켜보거나 실제 투표에 참여한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느꼈던 실망과 분노가 컸다고 본다. 억지스런 사사오입까지 적용해 후보를 뽑았지만 경선 과정에선 검증도 공정함도 부족했다.
그 결과 세워진 후보가 지금 온갖 의혹과 논란의 소용돌이 가운데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 않는가? 전체 의석의 과반이 훨씬 넘는 여당 의원 중에 민심의 쓴소리를 후보에게 그대로 전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는가? 당내의 민주적 비판을 용납하지 못하고 당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하는 모습이 부끄럽지 않은가? 민주당에서 민주가 사라졌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그럼 대한민국의 보수 정당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한 마디로 사리사욕에 치우쳐 온갖 특혜를 누려온 부패한 카르텔 그 웅덩이에 고인 물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흠결이 더 많이 보이는 상대편보다 덜 추해 보이는 것 뿐이다. 집권 여당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못할 때 이 쪽에서 간혹 바른 소리를 하는 이가 있어 때론 여야가 바뀐 형국이다.
홍수가 범람할 때 위험 수위가 있듯이 이 어처구니 없는 막장 선거판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그 인내의 둑이 터져나가기 전에 민주주의의 참가치를 아는 진보와 그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보수가 균형잡힌 두 날개가 되어 이 나라의 국격과 위상을 높여주기를 국민들은 갈망하고 있다.
먼저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민의를 수렴하고 또 국민의 주권을 위임 받았으니 그 권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겸허하게 대변할 줄 아는 정당들이 되어달라. 그리고 수신과 제가는 물론 걸어온 과거와 현재를 법적 도덕적으로 충분히 다시 검증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경륜과 자격을 갖춘 후보를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