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노(로)원로예술인
【한국검경뉴스 박상보 기자】 “내가 가진 걸 다 전해주고 싶어도, 따라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평생을 국악에 바쳐온 윤일노 선생이 꺼낸 말에는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17세에 시작해 70여 년을 이어온 그의 국악 인생은 이제 ‘전승’이라는 과제 앞에 서 있다.
윤 선생은 가야금, 시조창, 민요, 무용, 장고, 사물 등 6개 분야를 넘나드는 통합형 예술인이다. 오랜 연구와 현장 경험을 통해 쌓은 실력은 쉽게 대체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그가 가장 크게 느끼는 현실은 ‘전수의 한계’다.
그는 “국악은 단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야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중간 단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30단계 과정 중 절반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은 현재 전통예술 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국악의 특성상 단기간 습득이 어렵고, 장기간 몰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후계자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윤 선생은 “요즘은 빠른 성과를 원하다 보니 긴 호흡의 전통예술이 외면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 전통예술의 한계도 문제로 꼽힌다. 대도시에 비해 교육 인프라와 공연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 선생 역시 수십 년간 교육과 공연, 봉사를 개인 역량으로 감당해왔다.
이 같은 상황은 전통예술 전승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정 개인의 경험과 역량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계승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 선생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는 “전통은 결국 사람이 이어가는 것”이라며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배우고 이어간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흔의 나이에도 연구와 지도를 멈추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믿음이다.
한 시대를 살아낸 원로예술인의 축적된 시간. 그 시간은 이제 다음 세대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바통을 이어받을 손이 충분한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