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검경뉴스 박상보 기자】 꽹과리 한 소리에 어르신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장단이 이어지고, 조용하던 공간이 금세 살아난다. 아흔의 나이에도 현장에서 직접 소리를 이끄는 사람, 윤일노 선생이다.
윤 선생은 17세에 국악에 입문해 70여 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원로 예술인이다. 가야금과 시조창, 민요, 무용, 장고, 사물 등 여섯 개 분야를 넘나들며 스스로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왔다. 각 분야의 기초를 익힌 뒤 연구와 실습을 통해 체계를 완성한 것이 그의 특징이다.
그는 “남을 가르치기 위해 더 많이 연구했다”며 “배움과 교육이 함께 갈 때 실력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국악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다져진 결과다. 오랜 시간 연습과 공연, 교육을 병행하며 축적된 경험이 오늘의 기반이 됐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 사회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윤 선생은 요양원과 양로원, 학교, 지역 행사 등을 돌며 국악 봉사를 이어왔다. 현재까지 확인된 공연 및 봉사 횟수는 약 1,400회에 이른다. 충주 지역의 경우 대부분 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국악을 알렸을 정도다.
그의 활동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다. 악기 준비부터 인력 구성, 현장 진행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며 때로는 하루 두세 차례 공연을 이어가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봉사는 기술보다 준비와 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악을 ‘함께하는 문화’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장단을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주민들과 호흡하며 전통예술의 문턱을 낮췄다. 이러한 활동은 국악을 일상 속 문화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오랜 활동 끝에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윤 선생은 전통예술 전승의 어려움을 가장 큰 과제로 꼽는다. “기초부터 쌓아야 하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체 과정의 절반도 넘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통예술의 특성상 긴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빠른 성과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점차 외면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기에 지역 기반 교육과 지원의 한계까지 더해지면서 전승 구조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윤 선생은 “전통은 결국 사람이 이어가는 것”이라며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배우고 이어간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흔의 나이에도 연구와 지도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한평생 쌓아온 소리와 시간. 그가 지켜온 국악은 지금도 사람들 곁에서 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다음 세대로 이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